
논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와 성과를 지키는 것입니다. 특히 조직과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정면충돌보다 지혜로운 회피와 설계된 협력이 훨씬 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지, 논쟁을 건강하게 피하는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태도가 실제 성과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회의, 보고, 메신저 대화 등 일상적인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시와 실천 팁 중심으로 안내합니다.
논쟁: 왜 ‘이기려는 말싸움’이 협력을 무너뜨리는가
직장에서 벌어지는 많은 논쟁은 사실 ‘진실을 찾기 위한 토론’이라기보다, 내 의견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상대를 이기려는 말싸움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런 논쟁이 시작되는 순간, 초점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에서 “상대 설득” 혹은 “상대 제압”으로 옮겨간다는 점입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화를 섞어 말하거나, 상대가 한 말의 작은 실수만 물고 늘어지는 순간, 대화의 목적은 이미 흐려지고 협력의 기반인 신뢰는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이메일이나 메신저처럼 비언어적 단서가 부족한 채널에서는 짧은 문장 하나, 마침표 하나에도 공격적인 뉘앙스가 담기기 쉽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라는 문장만 놓고 보면 단순한 의견 표현이지만, 맥락 없이 반복되면 상대에게는 “당신 말은 매번 틀린다”라는 비난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표현이 쌓이면,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내놓기보다 방어적으로 숨기게 되고, 팀 내 공유되는 정보의 양과 질은 빠르게 떨어집니다.
논쟁의 또 다른 문제는 ‘인지 부하’를 불필요하게 키운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뇌는 공격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논리적 사고보다 방어 본능과 감정 조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그러면 같은 회의 시간을 쓰더라도, 해결책을 찾기보다 누가 옳은지 증명하는 데 머리를 쓰게 되고, 회의가 끝난 후에도 감정의 찌꺼기 때문에 피로감이 오래 남습니다. 이 피로감은 다시 다음 회의 참석 의지를 떨어뜨리고,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말을 아끼거나 카메라를 끄고 존재만 드러내는 방식으로 회피하게 됩니다. 논쟁이 늘어나는 조직에서는 보통 “저 사람한테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특정인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면, 그 사람과 관련된 업무는 최소한으로만 공유되거나, ‘뒷말’이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그 장벽이 결국 팀 성과에 중요한 정보와 아이디어의 흐름을 막아버린다는 것입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협력자와 정보를 잃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단순히 싸우지 말라는 감정적인 조언이 아닙니다.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에너지를 고려할 때, ‘말싸움으로 이긴다’는 전략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원칙입니다. 감정이 올라온 순간, 내 말을 더 강하게 주장하고 싶어지는 순간일수록, 이 논쟁이 진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싸움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이 질문이 바로 열렬한 협력을 살리고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는 출발점이 됩니다.
피하기: 건강한 ‘논쟁 회피’는 구체적인 기술이다
논쟁을 피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럼 할 말도 못 하고 참으라는 뜻인가?”라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건강한 의미의 ‘논쟁 피하기’는 침묵이나 순응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말을 바꾸고 상황을 설계하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즉, 감정적인 말싸움 형태의 논쟁만 피하고, 대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논의의 틀을 다시 짜는 행동입니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기술은 ‘입장 대신 관심사에 초점 맞추기’입니다. “이 기능은 꼭 넣어야 합니다”라는 입장끼리 부딪히면 바로 찬반 논쟁이 되지만, “이 기능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입니다”처럼 관심사를 드러내면 대화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상대 역시 자신의 이유를 말하게 되고, 어느 순간 논쟁의 대상이 “기능 넣을까 말까”에서 “고객 이탈을 줄이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로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이렇게 대화의 초점을 재설정하면, 의견 충돌이 곧바로 말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기술은 ‘감정 표현과 사실 분리하기’입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 바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말을 시작하면, 상대는 내용보다 톤에 먼저 반응합니다. 이때는 “지금 이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처럼 감정을 먼저 짧게 인정한 뒤, “그래서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일정 지연 가능성입니다”처럼 구체적인 사실과 우려를 분리해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을 숨기려다 보면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결국 더 큰 오해를 낳기 쉽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투명하게 인정하되,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방식으로 꺼내는 것이 논쟁적 분위기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세 번째 기술은 ‘질문으로 전환하기’입니다. 논쟁이 시작될 것 같은 순간, 바로 반박하는 대신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그 방향으로 갔을 때 우려되는 점은 없으신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질문은 상대의 방어심을 낮추고, 내가 놓친 정보나 맥락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무엇보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대화의 주도권이 조용히 넘어오면서도 공격적이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감정이 격해지는 속도가 크게 줄어듭니다.
네 번째 기술은 ‘시점 조정과 장소 바꾸기’입니다. 감정이 이미 많이 올라간 회의 자리에서는 생산적인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이 주제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오전에 30분만 따로 이야기해 볼까요?”처럼 시점을 조정하는 것이 논쟁을 피하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오프라인 회의에서라면 자리에서 잠깐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누그러집니다. 시간과 공간을 바꾸면 감정의 밀도도 함께 조절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기록을 남기는 습관’입니다. 감정적인 논쟁은 기억에 의존해서 벌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때 분명 그렇게 말하셨잖아요”식의 공방을 줄이기 위해, 회의 후 간단하게 합의한 내용을 정리해 메일이나 메신저에 남겨두면, 다음 논의에서는 기록을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람이 아니라 ‘문서와 사실’을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질 여지가 줄어듭니다. 건강한 논쟁 피하기는 결국, 말을 삼키는 용기가 아니라, 말을 ‘다르게’ 하는 구체적인 기술들의 조합입니다.
성과: 논쟁을 줄이면 왜 팀의 결과가 바뀌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권을 잡고, 논쟁에서 늘 이기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협력의 밀도를 높이는 사람이 조직에서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논쟁을 줄이는 순간, 팀의 에너지가 “내가 이겨야 한다”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더 잘 풀려면”으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의 사용처가 바뀌면, 같은 시간과 자원을 쓰더라도 결과의 질이 달라집니다. 첫째, 논쟁이 줄어든 팀은 실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 쟁점만 정리하고, 감정적인 공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회의 시간은 짧아지고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실제 실행에 쏟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1시간 동안 누가 맞는지 다투는 대신, 30분 만에 “두 안을 일주일간 실험해 보고 데이터로 비교하자”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남은 30분 동안은 각자의 실행 계획을 정리하고 협업 요청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한 달, 한 분기를 지나면 상당한 성과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둘째,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져 아이디어의 양과 질이 함께 상승합니다. 논쟁이 잦은 팀에서는 사람들이 “괜히 말했다가 또 공격받을까 봐”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장 무난한 의견만 나오게 됩니다. 반면, 건강한 방식으로 논의를 설계하고 논쟁을 관리하는 팀에서는 “틀려도 괜찮다”는 느낌이 있어, 다소 거친 아이디어라도 먼저 꺼내 보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대부분 처음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이런 심리적 완충 지대가 있어야만 실제로 새로운 시도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논쟁을 줄이는 태도는 리더십 자산이 됩니다. 구성원들은 논쟁에서 이기는 사람보다, 팀의 목표를 위해 갈등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회의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높일 때, 감정을 진정시키고 “우리가 진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다시 정리해 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리더로 인식됩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모이고, 결국 눈에 보이는 성과 지표도 그를 따라가게 됩니다. 논쟁을 피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리더십과 커리어 성과를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고객이나 외부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논쟁을 줄이는 역량은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 고객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감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 정면으로 맞받아치거나 방어적으로 대응하면 관계가 빠르게 악화됩니다. 반대로 “말씀해 주신 우려를 이해했습니다. 저희가 현실적으로 드릴 수 있는 대안은 세 가지입니다”처럼 논쟁이 아닌 해결책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면, 같은 문제 상황에서도 신뢰가 쌓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고객은 “같이 일하면 편한 팀”으로 기억하게 되고, 재계약과 추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논쟁을 줄이는 것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성과를 관리하는 전략입니다.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꼭 필요한 논의는 구조화해서 진행하는 팀일수록 실행력, 아이디어, 리더십, 대외 관계까지 전방위적인 성과 지표가 개선됩니다. “열렬한 협력”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힐 때 그것이 말싸움이 아니라 성과로 전환되도록 설계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논쟁을 피하는 것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선택입니다.
논쟁에서 이기려는 순간, 우리는 종종 문제 해결보다 자존심을 우선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관계와 정보, 협력의 기반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반대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고, 질문과 기록을 활용해 대화를 재설계하면, 같은 갈등 상황에서도 팀의 에너지가 성과로 변환됩니다. 오늘부터 회의나 메신저 대화에서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협력 설계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세요. 이 작은 멈춤과 전환의 습관이 쌓이면, 당신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뿐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과와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