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까다로운 동료 때문에 매일 소진감을 느끼는 직장인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최소한의 평화를 유지하면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갈등·소통 전략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완벽한 화해가 아니라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 싶은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끝까지 싸울 것인가, 현명하게 선을 그을 것인가
까다로운 동료와의 갈등이 힘든 이유는, 그 사람과의 에피소드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언성을 높였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되감기 재생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때 이렇게 말할 걸” 하는 후회가 이어지지요. 많은 사람이 이 지점에서 “다음에는 절대 안 참고 끝장을 보겠다”라고 다짐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다짐이 오히려 나를 더 경직되게 만들 때가 많습니다. 갈등을 대하는 태도를 처음부터 “이겨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갈등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입니다. 모든 불편함에 일일이 반응하기 시작하면, 하루가 온통 싸움과 해명으로 채워집니다. 예를 들어, 동료가 회의 중에 내 말을 자주 끊는다면 그것은 분명 불쾌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실제로 내 업무 권한이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치인지, 아니면 단지 말버릇이 거친 사람인지에 따라 대응 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소하지만 자주 반복되어 나를 갉아먹는 갈등, 나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갈등, 팀 전체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갈등 등을 나누어 보고, 그중 반드시 다뤄야 할 것부터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선 긋기”의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업무상의 비판은 들을 수 있지만 인신공격성 표현이 나오면 분명히 제지한다”, “야근을 강요하는 암묵적인 압박이 반복되면 일정 조정 요청을 공식적으로 한다”처럼 나만의 원칙을 문장으로 적어 보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나중에 실제 갈등 상황에서 사용할 문구의 뼈대가 되기도 합니다. 선이 모호할수록, 상대는 더 쉽게 그 경계를 넘어오고, 나는 나중에야 비로소 불쾌함을 자각하게 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지점은 “내가 상대의 어떤 부분을 특히 견디기 힘들어하는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상대가 무례해서 힘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해서 힘든 것인지에 따라 감정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책임감을 중시하는 사람은 마감 직후에 일을 떠넘기는 동료에게 훨씬 더 크게 분노를 느낍니다. 이때는 단순히 사람을 미워하기보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옮기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다 차분하게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갈등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매번 정면충돌하지도 않는 “적당한 간격의 대응”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표정과 짧은 한마디로 불편함을 알리고, 두 번째에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요청을 전하고, 세 번째에는 상사나 팀을 포함한 공식적인 조정을 제안하는 식으로 단계별 수위를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이 단계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으면, 그때그때 감정에 끌려 과잉 반응하거나 지나치게 침묵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동료와의 갈등은 극적인 승리를 목표로 하기보다, “오늘도 선을 지켜냈다”는 감각을 조금씩 쌓아가는 장기 전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말을 설계하는 소통
까다로운 동료와의 소통에서 많은 사람이 겪는 어려움은, “똑같은 말을 해도 이 사람에게만 가면 항상 오해가 된다”는 경험입니다. 내용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돌아오는 반응은 늘 예민하거나 공격적이지요. 이때 흔히 떠오르는 해결책이 “그냥 말을 줄이자”인데,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소통을 줄이는 것은 결국 나의 정보량과 영향력을 줄이는 일로 이어집니다. 필요한 것은 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말을 설계하는 태도입니다.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말을 꺼내기 전에 “이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단순히 속상함을 털어놓고 싶은 것인지,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요청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서로의 기준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요즘 회의 때마다 제가 한 말이 잘 끊기는 느낌이에요”라는 말은 감정을 나누는 표현에 가깝고, “발표할 때는 중간 질문을 잠깐만 메모해 두었다가 뒤에 모아서 여쭤봐 주시면 좋겠습니다”는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요청하는 말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목적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문장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질문형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동료는 대체로 자신의 행동을 “나는 원래 이런 스타일” 정도로 가볍게 여기거나,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왜 그렇게 하세요?”라고 직접적으로 묻는 대신, “이 부분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 일정 조정의 배경을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처럼 상대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면,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대화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상대가 말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도 문제점을 인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 유용한 도구는 문서와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말로 전할 때마다 감정이 섞여 충돌이 났다면, 한 번쯤은 글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논의된 업무 분담을 정리해 보았습니다”라며 간단한 표나 리스트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여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때 문장에는 감정보다 사실과 일정, 역할이 중심이 되도록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여, 상대의 체면을 살려 주는 여유를 남겨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통의 온도를 조절하는 표현을 몇 개 준비해 두면 갈등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그래도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의도는 그렇지 않으셨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문장은 상대를 곧장 가해자로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내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까다로운 동료와의 소통은 한 번의 명쾌한 사이다 발언으로 해결되기보다는, 여러 차례의 조정과 반복을 통해 조금씩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을 덜 소모하는 길입니다.
직장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까다로운 동료 문제는 흔히 “나와 저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 문제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감정의 대부분은 이 지점에서 발생하지만, 직장은 사람들의 모임을 넘어 하나의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성격만 붙잡고 씨름하기보다, 조직의 구조와 규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쪽이 더 현실적일 때가 많습니다. 결국 같은 사람도 어떤 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신의 직무와 역할을 문서로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인사평가 기준, 직무 설명서, 팀 내 업무 분장표 등이 있다면 한 번 꼼꼼히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문서들은 평소에는 별 의미 없어 보이지만, 까다로운 동료가 반복적으로 내 업무 범위를 침범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슬쩍 떠넘길 때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역할 정의 상 이 부분은 A님의 담당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범위를 함께 조정해 볼까요?”라고 말하면, 단순한 감정 호소가 아닌 체계에 기반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둘째, 직장 내 공식적인 소통 채널과 비공식 네트워크를 구분해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사와의 1:1 면담, 팀 미팅, 프로젝트 회고 등은 공식적인 기록이 남는 자리이므로, 이때는 구체적인 사실과 사례를 중심으로 말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점심시간이나 티타임 같은 곳에서는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나누되,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직 안에서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한두 명이라도 확보해 두면, 까다로운 동료와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도 한결 넓어집니다. 셋째, “이 회사에서의 나의 목표”를 명확히 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이 직장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경력일 수도 있고, 급여일 수도 있으며, 안정적인 생활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까다로운 동료에게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도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곳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감정적 충돌을 최소화하면서도 기본적인 신뢰를 유지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이미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필요한 싸움에 끌려들어 가기보다는 나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현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장은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관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힘든 동료 한 명 때문에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 전체가 어두워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나를 지지해 주는 동료도 있고, 묵묵히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직장 밖의 시간에 나를 회복시켜 줄 활동과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역시, 까다로운 동료와의 갈등을 견디는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이 사람과의 문제 때문에 내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감각을 유지할수록, 직장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보다 침착하게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동료와의 관계는 한 번의 대화나 사건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바꾸겠다는 욕심보다는, 갈등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말을 설계하며, 직장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나를 지키는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어떤 갈등에는 대응하고, 어떤 말은 흘려보낼지”, “어떤 순간에는 기록을 남길지”를 조금씩 의식해 본다면, 완벽한 평화는 아니어도 숨 쉴 틈이 있는 직장 생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