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에서 친절하게 굴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일이 계속 제 쪽으로만 흘러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내가 너무 편하게 보여서 그런가?” 하고 혼자 자책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돌아보면 성격 문제가 아니라, 말이 너무 열려 있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탁을 받는 순간 기분 좋게 “네, 해볼게요”라고만 말하면 상대는 편해지지만, 저는 제 일정과 에너지를 잃기 쉽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차가운 말이 아니라, 친절을 유지하면서도 기준을 또렷하게 담는 말투입니다. 이 글은 그런 상황에서 단호함을 살짝 더해 주는 말의 모양을 쉽게 풀어 정리한 글입니다.
단호함: 친절을 지키면서도 중심을 세우는 말의 힘
단호함은 목소리를 크게 내는 태도가 아니라, 제 말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절한 사람은 대체로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말을 둥글게 마무리합니다. 문제는 그 둥근 말이 상대에게는 “언제든지 가능”으로 들린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간 되면 할게요”라는 말은 제 입장에서는 배려였지만, 상대에게는 “그럼 맡겨도 되겠네”로 번역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호함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상대를 밀어내지 않으면서, 내 상황을 분명히 알리는 것.” 이때 꼭 필요한 건 기준을 한 문장 안에 넣는 일입니다. 기준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까지, 어떤 순서로 할지, 이 3가지만 담아도 말이 단단해집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회의가 끝나고 팀원이 저에게 다가와서 “이 자료도 같이 봐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때 습관처럼 “네, 괜찮아요”라고 답했고, 그날 밤 집에 가서도 노트북을 켜고 있었습니다. 더 문제였던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며칠 뒤 같은 팀원이 또 와서 “지난번처럼 이것도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속으로는 “지난번처럼”이라는 말이 부담이었지만, 이미 제가 열어 둔 문이 있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바꾼 말이 있습니다. “봐드릴게요. 다만 저는 오늘 6시까지 다른 마감이 있어서, 이 건은 내일 오전에 30분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분위기가 싸늘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대는 “아, 그럼 핵심만 추려서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정리해 왔습니다. 제가 단호해졌다는 건 상대를 혼낸 게 아니라, 제 시간을 설명하고 약속을 정리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말의 끝을 흐리지 않는 습관도 중요했습니다. “될 것 같아요” 같은 표현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합니다” 또는 “어렵습니다”로 끝을 정리하되,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게 대상을 바꿔 말했습니다. “그건 못 합니다” 대신 “그 일정은 어렵습니다”라고 말하면, 사람을 겨냥하지 않고 상황을 말하는 느낌이 됩니다. 친절은 유지하면서도 중심이 서는 말투, 저는 그게 진짜 단호함이라고 믿습니다.
경계설정: 관계를 망치지 않고 선을 그어 주는 말의 구조
경계설정은 차갑게 선을 긋는 일이 아니라, 서로 편해지기 위한 규칙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는 예전엔 경계를 이야기하면 관계가 틀어질까 봐 겁을 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경계가 없을 때 관계가 더 쉽게 무너지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한쪽이 계속 참고, 어느 날 폭발하면 그때는 이미 회복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계를 “미리 알려주는 안전장치”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안전장치는 보기엔 불편해 보여도, 사고를 줄여 줍니다. 말도 똑같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구조는 아주 단순합니다. 1) 의도는 좋다, 2) 그런데 지금은 이렇다, 3) 그래서 이렇게 하자. 이 순서만 지켜도 말이 덜 날카로워집니다. 예를 들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업무가 먼저라서요. 그래서 오늘은 정리만 해두고, 내일 10시에 시작하겠습니다.”처럼 말하는 겁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설명을 길게 늘어놓지 않는 것입니다. 너무 자세히 변명처럼 말하면 오히려 상대가 “설득해야 하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만 짧게, 그리고 대안을 분명히. 그러면 상대도 다음 행동을 정하기 쉬워집니다. 저는 예전에 타 부서에서 급한 요청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메신저로 “지금 바로 가능하세요?”라는 문장이 딱 왔는데, 그날 저는 제 팀 발표 자료를 마무리하는 중이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이런 상황에서 “네, 잠깐만요”라고 답하고, 제 일을 뒤로 미뤘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은 제가 경계설정을 연습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저는 지금 발표 자료 마감 중이라 즉시는 어렵습니다. 대신 오늘 4시에 20분 통화로 방향만 잡고, 작업은 내일 오전에 진행하겠습니다.”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럼 4시에 통화 가능할까요?”라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날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경계가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일을 정돈해 준다는 걸요. 또 하나, 경계를 세울 때 “죄송합니다”를 습관처럼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예의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매번 사과로 시작하면, 제가 잘못한 것처럼 분위기가 잡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범위에서는 “감사합니다”로 바꿉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은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제 선택이 정당하다는 뉘앙스를 유지해 줍니다. 그리고 경계설정에서 가장 강력한 방법은 원칙을 짧게 정해 두는 것입니다. “업무는 우선순서대로 처리합니다.” 같은 문장을 제 안에 만들어 두면, 상황이 흔들릴 때도 말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관계를 지키는 경계는, 거절의 칼이 아니라 일정과 책임을 지키는 울타리입니다.
문장: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단호한 말투 예문과 적용법
말투는 마음먹는다고 바로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장”을 미리 만들어 두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말이 막힐 때는 감정이 먼저 나오기 쉽습니다. 그러면 친절하게 시작해 놓고도 끝이 애매해져서, 결국 다시 제가 떠안게 됩니다. 그래서 아래 문장들은 제가 실제 상황에서 바꾸어 말해 보며 다듬은 형태입니다. 어렵게 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핵심은 1) 지금 가능한지, 2) 가능하면 언제까지인지, 3)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이 3가지를 한 문장 안에 넣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크게 효과를 본 건, “지금”을 다루는 문장이었습니다. 예전엔 누가 “잠깐 가능하세요?”라고 하면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 집중이 계속 끊기면서 하루가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5분 뒤에 가능합니다. 그때 다시 말씀 주시면 바로 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도 기다릴지, 다른 방법을 찾을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흐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래는 상황별로 바로 쓸 수 있는 문장들입니다. 필요하신 표현만 골라서, 본인 일정에 맞게 시간과 범위를 바꾸시면 됩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았을 때: “가능합니다. 다만 저는 오늘 5시까지 마감이 있어서, 5시 이후에 확인하겠습니다.”, 오늘 안에 끝내 달라고 할 때: “오늘 안은 어렵습니다. 내일 오전 11시까지는 드릴 수 있습니다.”, 자꾸 범위가 늘어날 때: “요청이 추가되면 범위가 달라집니다. 이번 건은 여기까지로 정리하겠습니다.”, 메신저로 즉답을 요구할 때: “확인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30분 안에 회신드리겠습니다.”, 자료 없이 진행해 달라고 할 때: “자료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오늘 3시까지 주시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제 담당이 아닌 일을 떠넘길 때: “이 건은 제 담당이 아닙니다. 담당자에게 연결하겠습니다. 필요한 부분만 지원하겠습니다.”, 야근이나 주말을 당연하게 말할 때: “근무시간 안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정은 평일로 조정 부탁드립니다.”, 회의 중에 갑자기 끼어드는 요청이 있을 때: “이 이슈는 회의 후에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지금은 안건부터 진행하겠습니다.”여기서 중요한 건 말의 톤보다 문장의 구조입니다. “해드릴게요” 뒤에 기준을 붙이면, 친절은 남고 부담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한 번 정한 표현을 자주 쓰면, 상대도 제 리듬을 학습합니다. 저는 그 변화가 꽤 편했습니다. 예전엔 제가 착해서 일이 몰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가 정리해서 일이 정돈된다고 느낍니다. 결국 단호한 말투는 사람을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업무를 오래 가게 만드는 습관입니다.
친절이 부담으로 바뀌는 순간은 대개 말이 너무 열려 있을 때 찾아옵니다. 저는 그걸 깨닫기까지 꽤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바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가능합니다”라고 말하되, 언제 가능한지, 어디까지 가능한지, 어떤 순서로 할지를 함께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는 제게 기대기보다, 제 기준 안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오늘 한 번만 연습해 보셔도 좋습니다. “네”라고 말하기 전에, “언제, 어디까지”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그 작은 습관이 내 일을 지키고, 동시에 관계도 지켜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