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사과하지 않는 타입일 때, 마음속에는 자꾸만 같은 장면이 되감기 됩니다. 말 한마디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남아 있는데, 상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이야기를 꺼내지요. 그 순간 자녀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흔들립니다. 하나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가족이니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사과를 받아내는 법”이 아니라 “사과가 없어도 관계를 다시 정돈하는 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내 마음을 알아듣게 만드는 표현을 짧게 정리하고, 반복되는 상처를 줄이기 위한 경계를 현실적으로 세우며, 그 둘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적용하는 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말이란 결국 습관이고 습관은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문장 형태로, 최대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사과를 요구하지 않아도 통하는 표현의 구조
사과를 하지 않는 부모와 대화할 때 자주 벌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녀는 “그때 상처였어요”라고 말하고, 부모는 “그런 의도 아니었어”라고 답합니다. 여기서 자녀는 더 억울해지고, 부모는 더 방어적이 됩니다. 이때 필요한 표현은 상대의 의도를 캐묻는 말이 아니라, 내 경험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말입니다. 저는 표현을 만들 때 3가지 질문으로 문장을 조립하곤 합니다. 1 무엇을 들었는가. 2 그 말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반응을 만들었는가. 3 앞으로는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가. 이 순서만 지키면 말이 길어지지 않고, 싸움의 불씨도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왜 그렇게 말해요”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상대에겐 공격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대신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런 표현 대신 이렇게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로 바꾸면, 대화가 덜 깨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표현은 설명이 아니라 안내입니다. 상대가 납득하든 말든, 나는 내 기준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마치 낯선 길에서 표지판이 길게 설득하지 않고 “좌회전”만 알려주는 것처럼요. 제가 실제로 이 구조를 써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2025년 8월, 가족 모임에서 작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퇴근길에 과일을 사 들고 갔고, 어머니는 사람들 앞에서 “얘는 이런 데만 돈을 써”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분위기는 웃음이었지만, 제 얼굴은 순간 굳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그냥 참고 집에 와서 혼자 씩씩댔을 겁니다. 그날은 달랐습니다. 식사 후 설거지를 도우며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방금 ‘이런 데만 돈을 써’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내 판단이 가볍다’는 뜻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내려갔습니다. 다음에는 ‘고맙다’나 ‘잘 샀다’처럼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엔 “장난이었는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거기서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장난일 수 있는 건 압니다. 그래도 저는 그렇게 들립니다.” 그 뒤로 모임에서 비슷한 말이 나오려 할 때, 어머니가 한 번 멈칫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사과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짓누르던 반복이 줄었습니다. 표현은 멋진 말솜씨가 아니라, 안전한 문장 틀입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앞으로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이 3가지만 담아도, 사과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은 분명히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 분명함이 쌓이면, 관계의 공기가 조금씩 바뀝니다.
상처를 줄이는 경계는 단호함보다 구체함에서 나온다
경계를 세운다고 하면 흔히 차갑게 선을 긋는 장면을 떠올리십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경계가 없을수록 감정이 터지고, 감정이 터질수록 관계가 멀어집니다. 그러니 경계는 관계를 끝내기 위한 칼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문턱에 가깝습니다. 문턱이 낮으면 신발이 자꾸 걸려 넘어지지요. 그래서 문턱의 높이를 정하는 것이 경계입니다. 사과하지 않는 부모에게 경계가 특히 필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말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행동으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경계를 세울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당신이 바뀌어야 해요”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바뀌는 건 내 통제 밖입니다. 경계는 내 행동으로 완성됩니다. 그래서 문장은 이렇게 바꾸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그 말이 나오면 저는 대화를 멈추겠습니다.” 이 방식은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덜 소모하게 만듭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24년 11월 어느 토요일 저녁, 아버지와 통화 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제 생활을 물으시더니 갑자기 “요즘 남자답지 못하다”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저는 순간 목이 뜨거워졌습니다. 바로 따지고 싶었지만, 그날은 제가 정해둔 경계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 표현이 나오면 저는 통화를 종료하겠습니다.” 저는 숨을 들이쉬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은 제게 모욕으로 들립니다. 그 표현이 계속되면 저는 통화를 끊겠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뭘 틀린 말을 했냐”라고 목소리를 올리셨고, 저는 딱 한 번만 반복했습니다. “그 표현이 계속되면 저는 끊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말이 다시 나왔을 때, 저는 정말로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손이 떨렸고, 죄책감도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 뒤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음 통화에서 아버지가 그 단어를 쓰려다 다른 말로 돌리더군요. 사과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처의 빈도가 줄었습니다. 경계는 크게 2가지로 구체화하면 유지가 쉬워집니다. 1 금지 항목을 좁게 정합니다. 예를 들어 “무시하지 마세요”는 범위가 넓습니다. 대신 “외모 비하” “비교” “고성”처럼 딱딱한 항목으로 정하면 기준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2 결과를 현실적으로 정합니다. “다시는 연락 안 해요”는 지키기 어렵습니다. 대신 “오늘 대화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만남은 다음 주로 미룹니다”처럼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정하면 실행이 가능합니다. 경계는 강한 사람이 쓰는 기술이 아니라, 지친 사람이 버티기 위해 만드는 장치입니다. 구체적인 문장 1개, 실행 가능한 결과 1개, 그리고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는 반복. 이 세 가지가 쌓이면, 사과가 없어도 관계의 거칠음은 분명 줄어듭니다.
사과 없는 관계를 재정렬하는 대화 루틴은 이렇게 만든다
사과를 받지 못하면 마음이 계속 미해결 상태로 남습니다. 그래서 대화가 끝나도 끝난 느낌이 없고, 다음 만남이 또 두렵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은 “한 번의 대화로 해결”이 아니라 “다음 대화를 덜 아프게 만드는 루틴”입니다. 루틴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3단계로 정리해 권합니다. 1 예고 문장, 2 진행 문장, 3 마무리 문장. 각각은 짧고 동일해야 합니다. 예고 문장은 대화를 시작하기 전, 혹은 분위기가 흔들리기 직전에 던지는 안전띠입니다. “저는 오늘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처럼요. 진행 문장은 상대가 선을 넘었을 때 꺼내는 신호입니다. “지금 그 말은 저에게 부담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말해주시면 듣겠습니다.” 같은 형태가 좋습니다. 마무리 문장은 대화를 끊을 때 쓰는 출구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처럼 정중하지만 확실한 문장이 필요합니다. 이 3개를 정해두면, 감정이 올라와도 말이 꼬이지 않습니다. 제가 이 루틴을 만들게 된 계기도 실제 경험이었습니다. 2025년 3월, 부모님 댁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점심을 먹는 중에 어머니가 제 결혼 이야기를 꺼내며 “너는 왜 그렇게 느리냐”라고 하셨고, 저는 숟가락을 놓을 뻔했습니다. 그날따라 제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한마디만 더 들으면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예고 문장을 꺼냈습니다. “저는 오늘은 그 주제를 편하게 넘기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왜, 찔리냐”라고 웃으셨습니다. 그 순간 진행 문장을 꺼냈습니다. “지금 그 말은 저에게 압박으로 들립니다. 저는 압박 없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같은 톤이 이어져서, 저는 마무리 문장을 실행했습니다. “오늘은 이 대화는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저는 잠깐 산책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집 앞 편의점까지 걸었습니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제가 방금 한 행동이 무례가 아니라 보호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했습니다.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사과를 하진 않으셨지만, 그 주제는 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집에 갈 때마다 이 세문장을 마음속에 넣고 들어갑니다. 덕분에 싸움의 횟수도 줄었고, 무엇보다 제가 덜 지칩니다. 여기에 작은 보조 루틴을 하나 더 붙이면 효과가 커집니다. 대화가 끝난 뒤 5분만 기록하는 것입니다. “어떤 말에 흔들렸는지” “내가 어떤 문장을 썼는지” “다음엔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를 3줄로 적으면 됩니다. 기록은 상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루틴을 다듬기 위한 도구입니다. 이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사과가 없어도 내가 무너지지 않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관계의 재정렬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사과하지 않는 부모 앞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내 감정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 공중을 붙잡아 바닥으로 내려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표현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어떻게 느꼈는지” “앞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로 짧게 조립합니다. 둘째, 경계는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내 행동으로 완성되게 설계합니다. 셋째, 예고 문장, 진행 문장, 마무리 문장으로 대화 루틴을 만들어 반복합니다. 사과는 여전히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상처의 빈도는 줄고, 내 마음은 회복할 공간을 얻습니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시작은 하나입니다. 본인에게 가장 아픈 표현 1개를 떠올리고, 그때 쓸 문장 1개를 미리 적어두세요. 그리고 다음 대화에서 그 문장을 한 번만 써보시면 좋겠습니다. 관계를 바꾸는 일은 큰 결심이 아니라, 작은 반복에서 조용히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