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일 자체보다 더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있다면, 아마도 나와 잘 맞지 않는 불편한 동료일 것입니다. 특히 세대 차이가 큰 MZ세대 동료와 함께 일할 때, 워라밸 기준과 소통 방식의 차이는 작은 오해도 금세 감정 소모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맞춰주자니 내 에너지가 바닥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MZ세대 동료의 특징을 이해하고, 나의 워라밸을 지키면서도,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실용적인 소통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감정적으로 휘둘리기보다, 전략적으로 거리를 조절하고 관계를 설계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훨씬 덜 지치면서도 성과와 인간관계를 모두 지킬 수 있습니다.
MZ세대 동료 이해하기: 불편함의 진짜 뿌리 찾기
불편한 동료를 떠올리면 대개 말투, 태도, 눈치 없음, 예의 부족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각을 바꿔 보면, 그 밑에는 세대별 가치관의 차이, 일에 대한 기준, 커리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MZ세대 동료와의 갈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이기적이다”, “선 긋기가 심하다”, “눈앞의 일만 한다” 같은 평가입니다. 그러나 MZ 입장에서 보면, 이는 무책임함이 아니라 “내 삶과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로의 언어가 달라서 오해가 증폭되는 것이지, 반드시 한쪽이 틀리고 한쪽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는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MZ세대는 “내 삶을 포기할 만큼 가치 있는 회사냐”라는 질문부터 던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추가 업무 요청을 받았을 때도 “왜 제가 해야 하죠?”라고 되묻거나, 내 업무 범위를 명확히 확인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상대에게는 이 모습이 협조적이지 않고 까칠하게 느껴지지만, 본인은 자신의 역할과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것뿐입니다. 이 지점에서 서로의 관점이 어긋나면서 불편함이 시작됩니다.
또한 MZ세대는 조직보다 ‘나’ 중심의 커리어 설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상사나 선배의 말이 곧 정답이 아니며, 회사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일 뿐입니다. 그래서 '조용히 버티고 적응하는 것'보다 '안 맞으면 옮기면 된다'는 쪽에 더 동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태도는 장기근속을 당연하게 여겼던 세대에게 불성실함 혹은 책임감 부족으로 보이지만, MZ 입장에선 불안정한 노동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불편함의 원인을 단순히 “저 사람의 인성 문제”로만 규정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왜 저렇게 반응할까, 저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움직일까,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감정이 조금 덜 상하고 대응도 훨씬 전략적으로 바뀝니다. “저 동료는 왜 저래”에서 멈추지 말고 “저 동료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기에 저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나도 덜 상처받고, 필요 이상으로 관계를 망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해한다고 해서 모두 공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 사람은 원래 이런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는 전제만 가져도 불편함을 감정이 아닌 정보로 다룰 수 있고, 그 순간부터 관계는 조금 더 다루기 쉬운 ‘상황’이 됩니다.
워라밸 지키면서 불편한 동료와 거리 조절하기
불편한 동료와 관계를 유지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걱정은 “그러다 내 워라밸은 다 깨지는 것 아닌가?” 하는 겁니다. 특히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관계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편입니다. 상사가 부탁하는 추가 업무, 동료가 떠넘기는 잡일, 팀 분위기를 위해 참석해야 할 것 같은 뒤풀이 등이 모두 워라밸을 침범하는 요소로 느껴집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불편한 동료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곧 ‘무조건 맞춰주고 희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적절한 거리 두기와 경계 설정이 되어 있어야, 필요한 순간에만 에너지를 써도 관계가 오래갑니다.
우선 내가 지키고 싶은 워라밸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에는 메신저 업무 답장을 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은 가능한 혼자 혹은 편한 사람과 보낸다”, “업무 외 사적 고민 상담은 근무 시간 내 짧게만 듣는다” 같은 나만의 원칙을 문장으로 적어 보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이 없으면, 상대의 요구에 그때그때마다 분위기에 휘둘리게 되고, 결국 집에 돌아와서 “왜 또 들어줬지”라는 자책과 피로감이 쌓입니다.
그다음 단계는 불편한 동료와의 ‘접점 관리’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 전후에 꼭 잡담을 길게 나누지 않고, 업무와 관련된 대화에 집중한 뒤 자연스럽게 자리를 정리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점심이나 커피 타임을 매번 함께하기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동석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완전히 차단해 버리기보다 “업무에 필요한 만큼만” 접점을 유지하는 균형감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내 에너지 소모는 크게 줄어들고, 상대 입장에서도 “완전한 거절”이 아니라 “적절한 선 긋기”로 느껴지기 때문에 관계가 크게 틀어지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팁은, 나를 지나치게 소모시키는 대화 유형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험담이 길어지는 대화, 끝없는 하소연, 불평만 반복하는 대화 등이 나를 유난히 피곤하게 한다면, 그런 분위기가 감지될 때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를 바꾸거나, “아 제가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 얘기는 여기까지 들을게요”라고 정중히 마무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머무를 시간과 위치를 조절하는 것이 워라밸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결국 워라밸은 회사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계와 일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불편한 동료와도 최소한의 신뢰를 유지하되, 내 삶의 영역까지 침범하지 않도록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때, 퇴근 후에도 그 사람 얼굴이 떠오르며 불편해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감정의 온도를 100에서 50 정도로 낮추고, 업무 파트너 정도의 거리감으로 관계를 재설정해 보면, 굳이 친해지지 않아도 버틸 만한 일상이 만들어집니다.
소통법만 바꿔도 불편한 동료가 덜 불편해진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동료와 계속 부딪히고, 어떤 사람은 무난하게 지내는 이유는 의외로 “소통법의 차이”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MZ세대와의 관계에서는 말의 내용보다 표현 방식이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지시형, 평가형, 비난 뉘앙스가 섞인 말은 상대의 방어기제를 강하게 자극하고, 한 번 방어 태세가 올라가면 이후의 대화는 모두 싸움 혹은 침묵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그래서 불편한 동료일수록 더 명확하고 짧게, 사실과 요청을 분리해서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왜 이것밖에 못 했어?” 대신 “이 부분이 아직 안 된 것 같은데, 오늘 안에 여기까지 마무리해 줄 수 있을까?”라고 표현하는 식입니다.
소통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나의 말투입니다. “당연히 알 줄 알았지”, “그 정도는 눈치껏 해야지”, “다들 이렇게 해왔어” 같은 표현은 세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반감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특히 MZ세대는 애매한 뉘앙스를 읽으라는 요구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구체적으로 말해 주지 않으면서 나중에 평가할 때만 단호해지는 태도에 강한 거부감을 갖습니다. 따라서 불편한 동료일수록 “이 부분은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오늘 안에 필요한 건 이 세 가지다”처럼 구체적이고 체크 가능한 단위로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서로의 기대치가 맞춰져 오해와 불만이 줄어듭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서 말하는 연습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마감 기한을 자꾸 어긴다면 “너는 왜 항상 마감에 늦니?”라고 일반화해서 말하기보다, “이번 보고서는 어제까지 필요했는데 오늘 오전에 올라와서 일정 조정이 어려웠다. 다음에는 마감 하루 전에 초안을 공유해 줄 수 있을까?”처럼 구체적 사례와 개선 요청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낫습니다. 이렇게 하면 상대도 ‘인격’이 아니라 ‘행동’을 지적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나오기보다 조정 가능한 지점을 찾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불편한 동료와의 소통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관계를 친밀한 관계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업무가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의 기능적인 관계, 최소한의 예의와 정보 공유가 지켜지는 관계면 충분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적인 평가 대신, 정보 중심의 소통을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 그렇게 해서 기분 나빴다”는 표현을 “그때 그런 방식으로 하다 보니 일정이 많이 밀렸다”로 바꿔 말하면, 대화의 초점이 훨씬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내가 먼저 소통의 프레임을 바꿀 때, 상대도 점차 그 리듬에 맞추게 되고, 불편함의 강도는 서서히 낮아집니다. 소통법을 바꾸는 것은 상대를 조종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덜 소모시키면서도 필요한 말을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불편한 동료와의 관계는 한 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해·거리 조절·소통법이라는 세 가지 축을 조금씩 조정해 가며 관리해야 하는 장기 전입니다. MZ세대 동료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내 워라밸을 지키는 경계선을 분명히 세우며, 감정보다 정보 중심의 소통을 선택하면 관계의 난이도는 확실히 낮아집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 시각과 반응 방식을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단 하나만 실천해 보세요. 예를 들어 “업무 범위를 명확히 말하기”, “퇴근 후 메신저 선 긋기”, “지적 대신 구체적 요청으로 바꾸기” 같은 작은 변화만으로도 출근길의 부담감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완벽한 관계를 목표로 하기보다, 덜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