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안에서 누군가가 눈에 띄게 배제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조용히 시작됩니다. 회의 초대 메일에서 이름이 한 번 빠지고, 질문에 대한 답이 유독 늦게 오고, 점심 약속이 “우연히” 겹치는 일이 반복되지요. 겉으로는 별일 아닌 듯 흘러가지만, 당사자는 매일 작은 모래알을 삼키는 기분으로 출근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 상황을 ‘정면충돌’로 키우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일 모두를 지키는 안전한 개입법을 다룹니다. 관찰자는 과하게 영웅이 되지 않되 침묵도 선택하지 않는 방법을, 당사자는 자존감을 깎지 않으면서 경계를 세우는 방식을, 팀은 관계가 무너지기 전에 선을 정돈하는 장치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찰자의 개입: “불을 끄기”보다 “산소를 줄이기”
관찰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개입은,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배제의 분위기’가 커지지 않도록 산소를 줄이는 일입니다. 따돌림에 가까운 상황은 대개 공개적인 폭발보다, 주변의 미묘한 웃음과 무심한 동조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관찰자는 “누가 잘못했나요?” 같은 판정형 질문보다, 흐름을 되돌리는 문장으로 개입하는 편이 부담이 덜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특정 동료의 의견이 지나치게 가볍게 취급될 때는 “지금은 결론을 내기보다, 의견을 한 번 더 펼쳐보면 어떨까요?”처럼 속도를 늦추는 말이 효과적입니다. 단톡방에서 특정 사람을 겨냥한 농담이 돌면 “그 말은 업무 얘기와는 결이 달라서요. 주제를 다시 맞추겠습니다”라고 담담하게 끊어낼 수도 있지요. 핵심은 상대의 의도를 해석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의 규칙’을 조용히 복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찰자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자리 만들기’입니다. 배제는 공간을 빼앗는 일이라서, 반대로 공간을 만들어 주면 흐름이 달라집니다. 회의에서 발언이 자꾸 묻히는 분이 계시면 “○○님이 아까 적어두신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처럼 구체적으로 초대해 주세요. 그 순간, 당사자는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구나”라는 감각을 되찾습니다. 예전에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한 동료가 유독 회의 때마다 말을 못 했습니다. 어느 날은 그분이 입을 열기만 하면 누군가 “그건 아닌데”로 시작하며 덮어버렸습니다. 저는 속으로 ‘괜히 나섰다가 분위기만 깨면 어쩌지’ 고민했지만, 그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잠깐만요, 반대 의견도 좋지만 먼저 ○○님이 말하려던 결론을 끝까지 들어보면 판단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그 한 문장으로 회의가 잠시 멈췄고, 그분은 준비해 온 근거를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이후부터는 누군가가 말을 끊으려 하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기다려 주더군요.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큰 싸움이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작은 ‘호흡 조절’이 팀을 살린다는 것을요. 마지막으로 경계도 필요합니다. 관찰자는 “구조를 정돈하는 역할”까지만 맡으시고, 누가 누구를 싫어하느냐 같은 감정의 결론까지 책임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개입의 범위를 ‘지금 이 자리의 품격과 공정함’으로 제한하면, 본인도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대응: 자존심을 지키는 “짧은 말, 긴 호흡”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가장 먼저 목에 걸립니다. “왜 나만 이런가요?”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고, 어떤 날은 스스로를 탓하게도 됩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화려한 반격이 아니라, 자존심을 지키는 단단한 호흡입니다. 안전한 대응의 방향은 간단합니다. 첫째, 내 마음을 지키는 선을 분명히 하고, 둘째, 불필요한 설전을 줄이며, 셋째, 일의 흐름을 망가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추천드리는 건 ‘짧은 문장 세트’를 미리 준비해 두는 일입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엔 말이 길어지고, 길어진 말은 상대에게 틈을 줍니다. 그래서 한 문장을 짧게 정해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개인 이야기로 흘러가면 불편합니다. 업무 내용만 다루겠습니다.”처럼요. 또는 “그 표현은 제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말씀해 주세요.”라고 정중하게 선을 긋는 것도 방법입니다. 중요한 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입니다. 낮은 톤으로, 단어는 정확하게. 마치 책상 위에 선을 그어두듯요. 또 하나의 포인트는 ‘혼자서 해결하려 들지 않기’입니다. 많은 분이 “내가 강해지면 끝난다”라고 생각하지만, 배제는 개인의 기운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대신 신뢰할 수 있는 한 사람을 정해, 상황을 감정이 아닌 사실로 공유해 보세요. “요즘 회의에서 제가 맡은 이슈가 논의에서 자주 빠집니다. 제가 놓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처럼 요청형으로 접근하면, 상대도 방어하지 않고 도울 여지가 생깁니다. 제가 한때 어떤 팀에서 메신저 질문을 올리면 답이 유독 늦게 오고, 회의 결정사항이 저만 빠진 채 진행되는 일이 반복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처음엔 화가 나서 장문의 메시지를 쓸 뻔했지만, 한숨 고르고 이렇게 보냈습니다. “제가 일정 조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오늘 안에 공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질문을 개인 채팅으로만 하지 않고, 모두가 보는 곳에 간단히 남겼습니다. 누군가가 또 ‘모르쇠’로 넘기면, 저는 같은 문장으로 반복했습니다. “정보가 없으면 일정이 흔들립니다. 공유 부탁드립니다.” 며칠 후, 한 동료가 조용히 “그동안 네가 곤란했겠다”라고 말해 주더군요. 그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입니다. 당사자의 힘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무너질 듯한 날에도 문장을 짧게 말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만약 상황이 더 악화되어 일상과 건강에 영향을 준다면, 더 이상 혼자 견디지 마시고 조직 내 도움 채널(상담, 고충처리, 신뢰할 수 있는 리더 등)을 적극적으로 연결하셔야 합니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내 삶을 지키는 선택입니다.
팀의 역할: 관계를 ‘훈계’로 고치지 말고 ‘환경’으로 바꾸기
팀 차원에서 왕따에 가까운 상황이 생겼다면, 해결을 개인의 인성이나 사과에만 기대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은 마음만으로 바뀌지 않을 때가 많고, 특히 팀은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라 ‘환경’입니다. 배제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면, 누가 특별히 착하지 않아도 팀은 안전해집니다. 가장 먼저 손볼 부분은 ‘소통의 길’입니다. 어떤 팀은 말이 특정 사람에게만 몰리고, 어떤 팀은 정보가 몇 명의 손에만 쥐어집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배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공지, 결정,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한두 사람의 손에서만 돌지 않도록, 소통의 경로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회의에서도 진행 방식이 중요합니다. 자유토론이 늘 최선은 아닙니다. 때로는 발언 기회를 골고루 배분하는 운영이 필요합니다. 팀이 “말 잘하는 사람” 중심으로 굴러가기 시작하면, 조용한 사람은 존재감 자체를 잃게 되거든요. 또 하나는 ‘유머의 기준’입니다. 팀에서 농담이 완전히 사라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특정 대상을 반복적으로 고정시키는 유머는 곧 표적이 됩니다. 이때 팀장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은 긴 설명이 아니라 짧은 멈춤입니다. “그건 여기서 멈추죠.”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제가 팀 리더였을 때입니다. 어느 날 점심 식사 자리에서 한 사람을 놀리는 농담이 반복되고, 다른 사람들은 어색하게 웃습니다. 저는 분위기가 깨질까 봐 한동안 넘겼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당사자가 회의에서 점점 말이 줄어드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때 저는 결심하고 회의 시작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회의에서 개인 지목 농담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안건은 담당자가 1분 요약을 먼저 하고, 질문은 차례대로 받겠습니다.” 처음엔 다들 ‘왜 이렇게 딱딱해졌지’ 하는 표정이었지만, 한 주만 지나도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특정 사람이 웃음거리로 고정되는 일이 줄고, 말이 적던 동료도 조금씩 의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사람이 숨 쉬기 편한 구조를 먼저 깔아 두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을요. 팀은 결국 “괜찮다”라는 감각으로 성과를 냅니다. 누군가가 불안한 상태로 버티는 팀은 오래 못 갑니다. 그래서 지금 팀에 미세한 배제의 징후가 보인다면, 작은 규칙부터 환경으로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안전한 개입은 거친 싸움이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섬세한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관찰자는 분위기에 산소를 덜어내듯 중립적인 문장으로 자리를 만들고, 당사자는 짧은 문장과 단단한 호흡으로 경계를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팀은 “사람을 고치기”보다 “환경을 바꾸기”에 집중해야 오래갑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회의에서 한 번 더 기다려 주고, 단톡방의 농담을 한 번 더 정돈해 보세요. 그 작은 멈춤이 누군가에게는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는 확신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