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동료와 일해야 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업무 대화 속에서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흐름을 잡고, 상처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정리하며, 마지막에는 기록을 통해 결과를 남기는 방법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독자가 “또 말이 길어지겠지…”라는 체념 대신,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필요한 결론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선순위로 흐름의 뼈대 세우기
장황한 동료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흐름’입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빠지고, 과거 사례가 길게 이어지다 보면, 대화가 끝난 뒤에 “그래서 지금 우리는 뭘 하기로 한 거지?”라는 말이 나오기 쉽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대의 말버릇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나만의 우선순위 뼈대를 세우는 일입니다. 회의든 1:1이든, 마음속으로 이렇게 한 줄을 먼저 정해 두는 겁니다. “오늘 이 대화가 끝난 뒤, 무엇 하나만 달라진다면 무엇이면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그날 대화의 1순위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주제를 여러 개 끌어안으려 하지 말고, 최대 세 가지 정도로만 좁혀 두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동료와 이야기해야 한다면,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할 일’, ‘막힌 부분을 풀어야 하는 일’, ‘함께 결정해야 하는 일’처럼 간단한 기준을 세워 보는 겁니다. 그리고 대화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기준을 꺼내 놓습니다. “오늘은 시간도 많지 않으니, 우선 이번 주에 꼭 정해야 하는 세 가지부터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흐름의 뼈대를 잡은 셈입니다. 장황한 동료도 그 틀 안에서 말을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화 중간에 흐름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우선순위 뼈대를 다시 한번 꺼내 정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이야기해 주신 내용도 중요한데, 우리가 아까 말했던 1번 이슈부터 먼저 정리하고 나머지를 볼까요?”처럼 말의 방향을 다시 세워 주는 식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말을 끊어내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그 이야기도 나중에 꼭 다루자”라는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도 방해받았다는 느낌보다는, 함께 정리해 나간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또 하나 도움이 되는 방법은 ‘미리질문’입니다. 대화를 시작할 때 “이 안건에 대해 세 가지만 먼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상황, 어려운 점, 그리고 원하는 방향 정도요”처럼 방향을 제시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동료는 자연스럽게 정보를 추려서 말하게 되고, 길어지더라도 최소한 주제 밖으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즉, 우선순위는 대화를 억압하는 틀이 아니라, 흩어지기 쉬운 이야기를 한 방향으로 모아주는 가이드라인에 가깝습니다.
의사소통으로 장황함을 부드럽게 정리하기
우선순위로 큰 틀을 세웠다면, 두 번째 단계는 실제 말 주고받는 방식을 다듬는 것입니다. 특히 말이 긴 동료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좀 짧게 해 달라”라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리하는 말습관’입니다.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요약하고 방향을 바꾸는 표현들을 준비해 두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금 말씀해 주신 내용 중에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요, 하나는 A이고 다른 하나는 B인 것 같아요. 제가 잘 이해한 게 맞을까요?”라는 식의 말은, 상대의 이야기를 존중하면서도 핵심을 추려 줍니다. 또 자주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은 ‘구조를 제안하는 말’입니다. 장황한 사람일수록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순서를 제시해 주면 훨씬 정리된 대화가 됩니다. “혹시 이 순서대로 들어봐도 될까요? 먼저 전체 흐름, 그다음에 문제라고 느끼는 부분, 마지막으로 필요하신 지원 이야기를요.” 이렇게 제안하면 상대도 “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되겠구나” 하고 따라오게 됩니다. 내가 진행자가 되겠다는 느낌보다는, “서로 덜 헷갈리게 하기 위한 구조”라는 톤으로 말하면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말이 길어지는 순간, 대화를 끊는 대신 ‘질문’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가 여러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때 “그중에서 지금 당장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하나만 꼽는다면 어디일까요?”라고 질문하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드러납니다. 또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한 줄로 요약하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도 좋습니다. 상대에게 요약의 역할을 맡기는 셈인데, 스스로 핵심을 정리하는 연습이 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말을 줄여라”라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대화는 훨씬 단단해집니다.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장황함을 단점으로만 보지 않는 태도입니다. 길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맥락과 배경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도움이 되네요. 이제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선택지를 두세 개 정도로 줄여 볼까요?”라고 말하면, 상대는 자신의 장점을 인정받았다고 느끼면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장황함을 ‘삭제’하려 하지 말고, ‘구조 안에 담는 것’이 핵심입니다. 말을 아예 줄이게 만드는 것보다, 길게 말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흐름으로 안내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기록으로 말 많은 회의를 결과로 바꾸기
세 번째 축은 기록입니다. 장황한 동료와 업무 대화를 했다면, 그 시간이 헛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남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의나 대화를 마친 뒤, 머릿속에만 내용을 담아두고 흩어지곤 합니다. 그 순간에는 다 기억할 것 같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세부 내용은 흐릿해지고,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장황한 대화를 다루는 사람일수록, 말이 끝나기 전에 이미 기록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이 대화가 끝나면 어디에, 어떤 형태로 남길 것인가?”를 먼저 정해 두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대화 도중에 ‘눈에 보이는 정리판’을 만드는 것입니다. 온라인이라면 협업 문서나 메신저 스레드, 오프라인이라면 노트북 화면이나 화이트보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동료가 길게 설명할 때 중요한 단어만 짧게 적어 두었다가,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들으면서 이렇게 정리해 봤는데요, 맞는지 한 번 같이 볼까요?” 그 순간, 말로만 존재하던 내용이 글자로 고정되면서 대화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고, 서로 이해한 바를 맞춰볼 기회가 생깁니다. 기록에는 몇 가지 핵심만 담으면 충분합니다. 모든 말을 옮겨 적으려다 보면 오히려 정리가 안 됩니다. 최소한으로 챙겨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오늘 합의한 결정 사항. 둘째, 아직 결정되지 않아 나중에 다시 논의해야 할 쟁점. 셋째, 누가 어떤 행동을 이어서 할지에 대한 후속 조치입니다. 이 세 가지를 분리해서 적어 두면, 회의가 길었는지 짧았는지, 말이 많았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나중에 문서를 다시 열어 봤을 때 “우리가 이때 무엇을 정했는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록을 공유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조용히 정리해서 올리는 것보다, 거의 동시에 공유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지금 정리한 내용을 바로 채널에 올릴게요. 혹시 빠진 부분이나 다르게 기억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오늘 안에 댓글로 남겨 주세요”라고 말하면, 기록은 개인 노트가 아니라 팀의 공용 자산이 됩니다. 장황한 동료에게도 “혹시 제가 놓친 내용이 있다면 꼭 보태 주세요. 설명해 주신 덕분에 정리가 잘 된 것 같아요”라고 덧붙이면, 상대의 수다에서 건져 올린 정보가 존중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을 중심에 두면, 말이 많은 회의도 “이날 이만큼 진전이 있었구나”를 보여주는 증거로 남게 됩니다.
장황한 동료와의 대화는 피하고 싶다고 느끼기 쉽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팀의 정보와 아이디어가 쌓이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우선순위로 대화의 뼈대를 세우고, 부드러운 의사소통으로 말을 정리하며, 마지막에 기록으로 결과를 남기면 긴 대화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오늘부터는 회의나 1:1을 시작하기 전, “이번 대화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표현으로 흐름을 정리할 것인가?”, “어디에 어떻게 남길 것인가?” 이 세 가지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말이 많은 동료와의 시간이 더 이상 피로한 소모전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