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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의 3요소 (목표,역할,피드백)

by USEFREE 202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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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위임할 때 지켜야 할 것 이미지

팀에서 후배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선배·리더분들이 계실 겁니다. 같은 업무라도 “맡겼다”는 말이 나올 때가 있고, 반대로 “떠넘겼다”는 불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차이는 의외로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전달의 설계에서 갈립니다. 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목표, 역할, 피드백’ 세 가지를 제대로 말했을 때만 일이 안전하게 굴러간다는 걸 배웠습니다. 독자께서 후배의 자율을 살리면서도 결과 품질을 지키는 위임 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이 세 요소를 실제 말로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중심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목표: 결과물이 아니라 ‘결정’을 먼저 보여주셔야 합니다

위임이 떠넘김으로 들리는 순간은 대개 비슷합니다. “이거 한 번 정리해 주세요”처럼 작업만 던져지고, 왜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야기가 빠져 있을 때입니다. 후배는 성실하게 움직이지만, 방향이 없으니 속도도 들쑥날쑥하고 결과는 쉽게 빗나갑니다. 목표를 말한다는 건 ‘산출물’이 아니라 ‘도착지’를 공유하는 일입니다. 저는 목표를 설명할 때, 항상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일을 끝내면, 우리는 무엇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나요?” 결정의 질문이 잡히면, 필요한 자료의 범위와 깊이가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목표는 멋진 문장보다 구체가 힘이 셉니다. “보고서 잘 써 주세요”는 기준이 없어서 서로를 지치게 하지만, “회의에서 A안과 B안을 10분 안에 비교하고 결론을 낼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는 기준이 생깁니다. 여기에 성공 조건을 몇 개만 더 얹어주시면 좋습니다. 예컨대 분량(몇 페이지), 포함해야 할 항목(근거 데이터, 리스크, 대안), 그리고 ‘최소한 이 정도면 합격’이라는 하한선을 제시하시는 겁니다. 그러면 후배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선배는 막판에 뒤집을 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목표는 한 번 말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그림을 보고 있는지 확인까지 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저는 “제가 말한 걸 다시 요약해 주실래요?” 같은 질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험 보는 느낌이 나거든요. 대신 “지금 떠오르는 결과물 형태가 어떤 모습인지, 목차나 메모로만 간단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처럼 가볍게 확인합니다. 이렇게 하면 후배가 부담 없이 생각을 꺼내고, 서로의 오해를 초반에 잡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저는 후배에게 “고객 인터뷰 내용 정리해서 공유해 주세요”라고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후배는 인터뷰 내용을 아주 성실하게 타이핑해서 20페이지를 만들어 왔지요. 그런데 회의에서 필요한 건 ‘인사이트’였고, 결론을 못 내니 다들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목표를 바꿔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결정해야 하는 건 온보딩 문구 수정 여부예요. 인터뷰에서 반복된 불만 3가지, 그 불만이 생긴 맥락, 그리고 문구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제안 2개를 만들어 주세요.” 같은 인터뷰라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후배도 “아, 이게 그냥 정리가 아니라 결정에 필요한 자료였네요”라고 말하더군요. 목표를 ‘결정’으로 잡아주니 맡김이 되었습니다.

역할: 책임을 주시려면 ‘권한의 울타리’도 같이 쳐주셔야 합니다

후배가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은 “이건 네가 맡아”라고 들었는데, 막상 움직이려니 어디까지가 자기 영역인지 모를 때입니다. 책임은 있는데 열쇠가 없는 방에 들어가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역할을 말할 때는 ‘무엇을 하면 되는지’만이 아니라,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지’를 반드시 함께 주셔야 합니다. 저는 역할을 세 줄로 정리해 말하곤 합니다. 첫째, 후배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 둘째, 보고 후 함께 결정할 것. 셋째, 반드시 다른 사람과 협의해야 할 것. 이 세 줄만 있어도 후배는 불필요하게 움츠러들지 않고, 반대로 과감하게 뛰다가 사고 내는 일도 줄어듭니다. 역할에는 범위도 들어갑니다. 위임이 떠넘김이 되는 흔한 경로가 “하다 보니 일이 계속 늘어났어요”라는 말입니다. 처음엔 작은 과제였는데, 관련 업무가 꼬리를 물고 붙어서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시작할 때부터 “이번 건은 여기까지만”이라는 울타리를 긋습니다. 예를 들어 자료 수집까지인지, 초안 작성까지인지, 최종 검토와 이해관계자 조율까지 포함인지가 분명하면 후배는 체력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역할에는 ‘자원’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시간, 협업자, 필요한 정보 접근권, 우선순위 조정 같은 것들 말입니다. “내일까지 해”는 역할이 아니라 압박에 가깝습니다. “내일 4시까지 초안을 만들고, 진행 중 막히면 A님에게 데이터 요청해도 됩니다. 내가 A님에게 미리 얘기해 둘게요”처럼 길을 열어주시면, 후배는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맡김은 일을 넘기는 행위가 아니라, 일이 굴러가게 도로를 깔아주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한 번은 제가 후배에게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일을 맡기며 “네가 비교해서 정해줘”라고 말했습니다. 후배는 밤새 업체를 찾아 견적을 정리했고, 가장 합리적인 곳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재 단계에서 “이 금액이면 구매팀 경쟁입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규정이 튀어나왔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습니다. 후배는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서 했는데, 제가 뭘 잘못한 건가요?”라며 풀이 죽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책임만 준 위임은 결국 떠넘김으로 남는다는 걸요. 이후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1차로 후보 3곳을 추리고, 비교표까지 만드는 건 네 권한입니다. 다만 500만 원 넘으면 구매팀 절차가 필요하니, 최종 선정은 나에게 보고 후 같이 결정합시다.” 역할과 권한의 울타리를 치니 후배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피드백: 마지막에 고치기보다, 중간에 ‘숨 쉴 구간’을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많은 선배가 이런 마음을 갖고 계십니다. “믿고 맡겼으니 간섭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무 말 없이 끝까지 기다리는 방식은 후배에게 가장 불안한 환경이 되곤 합니다. 방향이 맞는지 확인할 사람이 없으니, 작은 의문도 크게 부풀고, 결국 막판에 몰아서 보여주거나 아예 늦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피드백은 평가가 아니라 안전장치입니다. 무엇보다 ‘언제’ 피드백할지를 미리 정해두면, 후배는 감시받는 느낌 대신 보호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피드백을 세 구간으로 나눕니다. 시작 직후(10~20%)에는 방향과 접근을 확인합니다. 중간(50~70%)에는 논리의 뼈대가 튼튼한지, 리스크가 무엇인지 점검합니다. 마지막(90% 이상)에는 표현과 완성도를 다듬습니다. 이렇게 구간을 나누면 후배는 “언제 보여드려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선배도 ‘막판 폭탄’에 놀랄 일이 줄어듭니다. 피드백의 말투도 중요합니다. 떠넘김처럼 들리는 피드백은 보통 결론만 던집니다. “이건 아닌데요” “다시 해오세요” 같은 말은 그 순간엔 빠르지만, 다음 업무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반대로 맡김의 피드백은 기준을 공유합니다. “이 부분은 읽는 사람이 가장 먼저 궁금해할 질문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앞에 두고, 근거는 표로 붙여보면 어떨까요?”처럼 ‘왜’와 ‘어떻게’를 함께 건네는 것이지요. 그리고 후배가 성장하려면, 피드백은 정답 제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종종 질문을 섞습니다. “이 선택을 했을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뭘까요?” “반대로 가장 큰 이득은 어디서 생길까요?” 질문은 후배의 사고를 한 칸 넓혀주고, 다음엔 스스로 점검하게 만듭니다. 결국 선배의 부담도 줄어듭니다. 저는 예전에 후배에게 사내 뉴스레터를 맡긴 적이 있습니다. “이번 달 소식 모아서 한 장으로 정리해 주세요”라고만 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마감 날까지 기다렸지요.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회사가 강조하던 메시지가 빠져 있었고, 표현도 톤이 들쑥날쑥했습니다. 저는 급한 마음에 “이건 다시 써야겠어요”라고 말했고, 후배는 당연히 지쳤습니다. 그때 제가 놓친 건 ‘중간 숨 쉴 구간’이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시작날 “이번 달 핵심 메시지는 ‘안전’입니다”라고 목표를 못 박고, 이틀 뒤에는 목차와 헤드라인만 먼저 받았습니다. 중간에는 10분만 통화하며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읽을 문장을 앞에 두자”고 기준을 공유했고요. 결과는 훨씬 매끄러웠고, 후배는 “이 정도면 제가 혼자서도 다음 달엔 더 잘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피드백이 간섭이 아니라 호흡이라는 걸 그때 확실히 알았습니다.

 

후배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결국 신뢰의 표현입니다. 다만 신뢰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설계된 대화 위에서 더 단단해집니다. 목표로 도착지를 보여주시고, 역할로 권한의 울타리를 그어주시고, 피드백으로 중간 호흡을 만들어 주시면, 후배는 혼자 떠밀리는 느낌이 아니라 함께 달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 업무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무슨 결정을 위해 하는 일인지(목표)”, “어디까지 내가 해도 되는지(역할)”, “언제 어떤 기준으로 확인할지(피드백)”를 각 한 문장씩만 적어 전달해 보셔도 분위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팀의 신뢰를 만들고, 후배의 성장 속도를 눈에 띄게 끌어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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