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퍼실리테이션 회의법 (라운드토크, 질문, 참여)

by USEFREE 2025. 11. 26.
반응형

퍼실리테이션 회의법 (라운드토크, 질문, 참여)

퍼실리테이션 회의법으로 라운드 토크 진행

퍼실리테이션 회의법은 회의실에 앉아 있는 모두가 ‘참가자’가 되도록 만드는 진행 기술입니다. 특히 라운드토크, 열린 질문, 자발적 참여를 활용하면 회의 시간이 보고나 지시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쏟아지는 협력의 장으로 바뀝니다. 이 글에서는 퍼실리테이터가 라운드토크를 설계하고, 효과적인 질문을 던지며, 끝까지 참여를 유지시키는 실전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라운드토크로 시작하는 퍼실리테이션 회의

라운드토크는 말 그대로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한 번씩 돌아가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몇 명만 계속 말하고 나머지는 듣기만 하는 회의”를 “모두가 동일하게 말할 기회를 가진 회의”로 바꾸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퍼실리테이션 회의에서 라운드토크는 보통 시작 구간에서 사용되며, 분위기를 풀고, 참여자에게 ‘오늘 이 회의에 나도 목소리를 낸다’라는 심리적 신호를 줍니다.

라운드토크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의 난도를 너무 높이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 초반에는 “오늘 이 이슈와 관련해서 가장 걱정되는 점 한 가지씩만 말해 주세요.”, “이 회의가 끝났을 때 꼭 얻고 싶은 결과 한 가지만 말해 주세요.”처럼 짧게 말해도 되는 질문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준비가 부족한 사람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고, 말하기가 서툰 팀원도 순서를 보장받습니다. 특히 한국 조직처럼 상사 눈치를 많이 보는 문화에서는, 상사나 핵심 인력이 먼저 길게 말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은 입을 닫아버리기 쉽기 때문에, 라운드토크 시에는 “직책 상관없이 모두 한 번씩 짧게만”이라는 규칙을 미리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진행 순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통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말하게 하거나, 온라인 회의에서는 참가자 리스트 순서대로 진행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때 퍼실리테이터는 각 사람의 말이 끝날 때마다 평가나 첨언을 하기보다, “잘 들었습니다.”, “그 관점도 중요하네요.” 정도의 짧은 피드백만 주고 빠르게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라운드토크의 목적은 깊은 토론이 아니라, 모두의 생각을 ‘지도처럼 펼쳐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라운드토크의 시간을 명확히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인원이 10명이라면, 한 사람당 1분씩만 말해도 10분이 필요합니다. 회의 초반에 10분을 라운드토크에 쓰겠다고 팀에 미리 알리고, “한 분당 한 문장 또는 한 포인트만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해두면 시간 초과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관리하면서도 각자의 의견을 놓치지 않으려면, 퍼실리테이터가 핵심 키워드를 화이트보드나 화면에 짧게 메모해 두었다가 이후 토론에서 다시 연결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참가자들은 “내가 한 말이 회의 흐름에 반영됐다.”라는 감각을 느끼게 되고, 이후 토론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이어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라운드토크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회의 중간이나 마무리 단계에서도 짧게 반복하는 방법도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 중에서 가장 공감되는 아이디어를 한 가지씩만 말해 주세요.”, “오늘 회의 후에 각자 실천해 볼 행동을 한 문장으로 말해 보면 어떨까요?” 같은 라운드토크는 회의를 정리하는 동시에 실행력을 높여 줍니다. 이렇게 라운드토크를 통해 모두가 일정한 발언 기회를 확보하면, 특정 인물 중심이 아닌 진정한 협력 회의의 기반이 마련됩니다.

좋은 질문이 협력을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질문법

퍼실리테이션 회의의 핵심 도구는 ‘질문’입니다. 퍼실리테이터는 답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확인을 위한 폐쇄형 질문보다, 생각을 확장시키는 열린 질문을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안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예·아니오 질문 대신, “이 안이 현장에서 실행될 때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되시나요?”처럼 구체적인 관점을 끌어내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좋은 질문은 보통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평가가 아니라 탐색의 방향을 갖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못 했나요?”는 과거를 비판하는 질문이지만, “이번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질문입니다. 둘째,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몰지 않습니다. “누가 잘못했나요?”보다는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다음에는 어떻게 바꿔 볼 수 있을까요?”가 협력을 위한 질문입니다. 셋째, 한 번에 한 가지만 묻습니다. “이번 안에서 장점과 단점,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리스크까지 한 번에 말해 보세요.”처럼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요구하면, 참가자들은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닫게 됩니다.

질문은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 초반에는 배경을 정리하는 질문, 중반에는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질문, 후반에는 실행을 구체화하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초반에는 “이 이슈가 우리 팀에 중요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처럼 문제의 의미를 정리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중반에는 “현재 가능한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최대한 이야기해 볼까요?”처럼 발산형 질문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후반에는 “이 중에서 이번 분기 안에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하기로 할까요?”처럼 수렴형 질문으로 방향을 좁혀 갑니다.

질문의 대상도 균형 있게 분배해야 합니다. 말이 많은 사람에게만 계속 질문이 돌아가면, 조용한 사람은 끝까지 조용히 남게 됩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번에는 아직 많이 말씀하지 않은 분들 중에서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안에 대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A님 생각은 어떠세요?”처럼 의도적으로 말이 적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갑작스럽게 지목받으면 부담을 느낄 수 있으므로, “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떠오르는 대로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라는 안전 신호를 함께 주면 좋습니다.

또한 질문 후에는 적절한 ‘침묵의 시간’을 허용해야 합니다. 많은 진행자들이 침묵이 흐르면 불안해서 바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거나, 질문을 바꾸어 버립니다. 그러나 퍼실리테이션에서는 5초 정도의 침묵이 매우 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 용기를 내서 손을 드는 시간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질문을 던진 뒤에는 일부러 한 번 숨을 깊게 쉬며 기다리거나, “천천히 생각해 보셔도 좋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더해 침묵을 허용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좋은 질문과 침묵을 함께 사용할 때, 회의는 누구 한 사람의 독백이 아니라, 모두의 생각이 오가는 대화가 됩니다.

모두가 끝까지 참여하게 만드는 퍼실리테이션 전략

퍼실리테이션 회의는 처음만 화려하고 중간 이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퍼실리테이터는 회의 전체 흐름에서 “참여 에너지”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발언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누가 집중이 풀려 있는지, 어느 정도 피로가 쌓였는지, 누구의 의견이 계속 묻히고 있는지 등을 살피며 참여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첫 번째 전략은 ‘규칙을 통한 안전감 만들기’입니다. 회의 시작 전에 “비난보다는 아이디어에 집중하기”, “말을 끊지 않기”, “동의하지 않을 때는 사람 대신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이야기하기” 같은 기본 원칙을 짧게 합의해 두면, 참가자들은 보다 안심하고 발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급이나 연차 차이가 큰 조직에서는 “직급이나 직책과 상관없이 모두의 의견을 동등하게 다룬다.”라는 약속을 명확하게 말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선언이 있어야 조용한 구성원도 “나도 말해도 되겠구나”라는 참여의 허락을 받게 됩니다.

두 번째 전략은 ‘작게 나누어 말하게 하기’입니다. 큰 그룹 앞에서 발표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부담을 느끼고 참여를 포기합니다. 이때 2~3명씩 짝을 지어 짧게 이야기한 뒤, 각 그룹에서 한 사람만 전체에게 공유하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생각나는 해결책을 옆 사람과 5분만 이야기해 본 뒤, 각 조에서 핵심 한 포인트만 공유해 주세요.”라고 하면, 실제로 말을 해 본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전체 공유 시간에도 보다 쉽게 손을 들게 됩니다. 온라인 회의에서는 소규모 브레이크아웃 룸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전략은 ‘기록을 통한 참여 가시화’입니다. 화이트보드, 메모지, 온라인 협업 보드 등 어떤 형태든 상관없지만, 참가자들의 말이 눈에 보이게 기록될 때 참여 감각이 커집니다. 퍼실리테이터가 직접 정리해 줄 수도 있고, 참가자에게 포스트잇을 나누어 스스로 쓰게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한 내용이 회의 공간에 흔적으로 남는다”는 경험입니다. 이렇게 시각화된 기록을 바탕으로 “여기 적힌 내용 중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이 중에서 당장 이번 달에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같은 후속 질문을 던지면, 회의가 추상적인 수다에서 구체적 행동 계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네 번째 전략은 ‘에너지 조절 장치’를 의도적으로 넣는 것입니다. 1시간 이상 회의가 이어지면, 아무리 중요한 논의라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3분 정도의 짧은 스트레칭, 자리에서 일어나서 보드를 둘러보기, 한 문장씩 돌아가며 오늘 논의된 것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을 말해 보게 하는 미니 라운드토크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장치는 회의의 긴장을 풀어 주면서도, 다시 논의에 몰입할 수 있는 리셋 버튼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퍼실리테이터 자신도 참여의 일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진행자가 전지전능한 심판자처럼 군림하면, 다른 사람들은 쉽게 수동적인 관객으로 변합니다. 퍼실리테이터는 때로는 진솔한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이 부분은 저도 궁금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라고 말하며 자신 역시 배우는 사람의 위치에 서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고 참여자의 자리를 비워 줄 때, 회의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보고 체계가 아니라, 나란히 앉아 함께 답을 찾아가는 협력의 장이 됩니다. 결국 좋은 퍼실리테이션은 화려한 기법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참여를 신뢰하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퍼실리테이션 회의법의 핵심은 라운드토크로 모두의 입을 열고, 좋은 질문으로 생각을 확장시키며, 끝까지 참여 에너지를 유지하게 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회의를 바꾸려면 누군가는 먼저 진행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다음 회의를 준비할 때, 오늘 소개한 라운드토크 질문 한 가지와, 열린 질문 하나, 참여를 높이는 작은 장치 한 가지만이라도 적용해 보세요. 작은 변화라도 꾸준히 반복되면, 당신의 회의 문화는 점점 더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반응형